초대형 풍력사업 활성화, 외국업체 배만 불릴 수도
완도 풍력 8㎿ 계획했지만
국내기술은 5.5㎿가 최대
신재생 확대만 외치지말고
관련사업 육성책 마련 시급
(대한경제 20.10.23)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본격적인 닻을 올렸지만, 이번 사업으로 국내 풍력산업을 활성화시키기는커녕 정작 외국 업체들의 배만 더 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 단위의 초대형 풍력 사업을 하기 위해선 대용량의 풍력 기기가 필요하지만, 국내 풍력 기기 기술력으로는 충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풍력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는 완도 금일해상풍력은 총 발전용량 600㎿로, 8㎿급 풍력발전기 75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풍력의 단위 기기가 8㎿라는 점이다.
풍력이 원전ㆍ석탄 등 전통적인 발전원을 대체하려면 단위 기기의 발전용량이 커야 한다. 8㎿ 풍력은 이를 가능케 하는 용량에 해당한다.
문제는 국내 풍력 기기 제조업체 가운데 8㎿짜리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3조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본격 시행하더라도, 결국 해외 제조 업체들의 잔치가 된다는 말이다.
현재 국내 풍력 제조업체 가운데 해상풍력 발전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두산중공업과 효성중공업, 유니슨 정도다. 그러나 이들 3개 기업은 글로벌 시장으로 지평을 넓히면 후발주자에 속한다. 실제 현장에 적용된 상용화 기술을 따지면 두산중공업의 5.5㎿, 유니슨의 5㎿가 최대다.
반면 글로벌 풍력 강자들은 이미 이를 훌쩍 뛰어 넘어섰다. 베스베타(덴마크), 지멘스와 노르덱스(독일), GE(미국) 등 글로벌 톱티어들은 8㎿ 풍력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들을 포함한 상위 10개사가 세계 풍력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글로벌 풍력 제조회사들은 8㎿를 넘어 10∼12㎿급 기기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풍력 제조기업도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5.5㎿급 해상 풍력에 대한 인증을 받은 데 이어, 8㎿급 풍력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유니슨도 기술개발 상황은 엇비슷하다.
완도 금일해상풍력은 이제 막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상태라 본격 공사 발주나 착공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국내 업체들이 참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이에 초대형 풍력 사업이 국내 업체의 기술 개발 속도와 병행해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들은 단순히 신재생 보급량 확대에 매몰되기보다, 관련산업을 차근차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풍력발전 업계 관계자는 “우리보다 10∼20년 먼저 풍력을 시작한 해외 선진 업체들의 기술이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초대형 사업이 해외 업체들만의 잔치로 전락하는 것은 국내 풍력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그린 뉴딜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라도 국내 풍력 제조 기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부미 기자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01022151113310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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