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8년간 매년 평균 10명이 창업하고 동시에 8~9명이 폐업을 보면서, '명퇴 후 창업' 시~ 실패하는 8가지 행동들
그라운딩2015. 12. 20. 18:18
늘어나는 '명퇴 후 창업'…실패하는 8가지 행동들
[i-로드]<44>40대 초 명퇴하고 창업한 후배에게 "실패를 피하려면…"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15,12,20)
편집자주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명퇴신청했어? 명퇴금이 4억원이나 돼?"
40대 초반의 C후배는 지난 봄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과감히 명퇴를 하고 나왔다. 4억원이라는 명퇴금 조건도 좋았지만 직접 해보고 싶은 비즈니스 아이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퇴 후 머리도 식힐 겸 가족여행 등을 하는 다른 명퇴자와 달리 그는 쉬지 않고 곧바로 창업을 했고 지금까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열정을 쏟아 부었다. 개발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로 내년 1월 중순에 정식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필자에게 설명해 줬을 때 속으로 ‘사람들이 이 애플리케이션을 쓸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후배에 대한 걱정이 밀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4억원을 받고 명퇴했을 때 잘 해보라고 등을 두드려줬건만 6개월이 지난 뒤 그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본 순간 필자의 마음은 기대보단 우려로 가득찼다. 직원수도 어느새 그를 포함해 5명으로 늘어났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8년간 매년 평균 10명이 창업하고 동시에 8~9명이 폐업을 한다. 따라서 C후배도 확률적으론 1~2명의 생존자가 아닌 8~9명의 폐업자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 졸업 후 계속 직장에만 다녔던 그가 과연 창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자신이 들지 않았다. C후배를 보면서 '크게 실패하지 않아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자 필자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C후배도 "월급쟁이 생활만 했기에 솔직히 사업 실패가 두렵다"면서도 "아직은 명퇴금 다 까먹지 않았다"며 씩 웃어 보였다. 후배의 기대와 열정만큼은 여전히 뜨거웠다.
창업가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또 그 실수에 대한 결과를 감내하면서 아주 어렵게 사업을 배운다. 창업가들이 쉽게 배우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게 냉혹한 현실이다. C후배와 같이 40대 초반에 명퇴하고 창업한 사람들은 한번 실패로 영영 재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명퇴한 창업가는 가급적 실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최근 미국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에는 실패한 창업가가 저지르기 쉬운 8가지 잘못된 행동들을 소개했다. C후배와 같이 명퇴한 창업가들이 참조하면 실패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리더십 회피하기 C후배는 대기업 부장으로 명퇴했기에 리더십이 뭔지는 안다. 하지만 창업가의 리더십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무리 직장생활에서 팀장을 해보고 부장까지 올랐다 해도 창업가가 짊어지는 리더십에는 못 미친다.
창업가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가가 끝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십에 관해선 창업가는 누구에게 기대거나 떠 넘길 수 없다. 모두들 창업가의 리더십을 바라보고 있다. 창업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 우물쭈물하거나 회피하면 비즈니스 실패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2.약점 인정 안하기 C후배와 같이 대기업 부장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유능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책임감도 강하다. 그래서 하나라도 부족하거나 미비한 게 있으면 쉽게 넘어가질 못한다. 명퇴 후 창업을 해서도 이같은 습성은 그대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창업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C후배도 명퇴 후 잠시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온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에 부딪히면 며칠 밤을 새워가며 해결하고서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나 창업가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성공한 창업가들을 보면 모든 분야를 다 알지도 못한다. 만약 창업가가 매사에 모든 분야에 관여하려 한다면 어느 한 분야도 제대로 성공하기 어렵다. 자신의 부족한 분야는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어디서 빨리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3.회계업무 직접 하기 대기업 명퇴자일수록 회계업무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경향이 많다. 더욱이 부서장까지 해본 명퇴자들은 더욱 그렇다. 수십년간의 대기업 직장생활을 통해 회계업무를 직접 경험했거나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시중에 자영업자가 회계업무를 혼자서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회계와 세무업무는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분야가 절대 아니다. 창업가가 복잡한 회계·세무업무를 혼자서 처리하려 한다며 여기에 파묻혀 정작 필요한 분야에 신경을 못 쓰게 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처음부터 회계사나 세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최상이다.
4.잘못된 사람 뽑기 명퇴 후 창업한 지 6개월밖에 안된 C후배는 재무 담당자와 개발자 등 4명을 뽑았다. 이들은 모두 C후배가 직장에 다닐 때부터 알던 지인들이었다. 지금까지는 애플케이션 개발이 전부였지만 이제 개발이 거의 완료됐기에 마케팅 담당자도 추가로 뽑아야 하는데 아직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며 필자에게 추천해달라고 한다.
스타트업일수록 정말 능력있고 믿을 만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능력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냥 자신이 잘 알던 사람을 뽑기도 하고 친구나 가족을 뽑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스타트업처럼 작은 조직은 잘못된 한두 사람 때문에 회사가 망가지기 쉽다. 뽑을 사람이 스타트업을 성장시킬 능력을 지녔는지도 봐야 하지만 회사가 시련을 겪을 때 같이 견뎌낼 수 있는지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5.제품·서비스 싸게 팔기 처음 창업을 해선 고객을 빨리 끌어 모으고 시장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싸게 파는 저가전략을 펼치기 쉽다. 실제로 '1+1'이니 'O만원 구매당 O만원 포인트 적립' 등 갖가지 저가전략이 난무한다. 내년 1월 애플리케이션 정식 오픈을 예정하고 있는 C후배도 비슷한 저가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저가전략은 기본적으로 '제살깎아 먹기'다. 처음엔 행사차원에서 시작한 저가전략이 머지않아 상시적인 가격전략으로 굳어지는 걸 많이 목격한다. 고객을 잃어버릴 게 뻔하기 때문에 도저히 제 가격으로 올리지 못한다. 저가전략으론 장기적으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수개월도 지탱 못하고 문을 닫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
6.경쟁사 얕보기 C후배가 개발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필자에게 새롭지 않았다. 그가 앱을 설명하는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는 유사한 앱 몇 개가 떠올랐다. C후배에게 그중 몇개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봤을 때 C후배는 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경쟁사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갔다. 스타트업계를 취재한지 3년이 다 돼가는 필자만큼 아는지.
아무리 작은 창업을 한다 해도 경쟁사에 대한 연구가 없으면 망하기 십상이다. 그건 치킨집이나 커피집 창업에도 적용된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경쟁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연구하고 그들의 특징을 조사하고, 심지어 그들의 지나온 과거까지 알아봐야 한다. 그래야 경쟁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열정과 기대를 갖는 건 좋지만, 자만심이 비즈니스를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
7.데이터 무시하기 C후배와 같이 직접 해보고 싶은 비즈니스 아이템이 있어 명퇴하고 창업한 사람은 특별한 사업적 직감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런 사업적 직감으로 고객들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남들보다 빨리 알아챈다.
자신의 사업적 직감을 믿는 거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성공한 창업가는 항상 자신의 직관을 뒷바침해줄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을 빼놓지 않는다. 데이터에 근거한 시장분석없이 자신의 직관만 믿고 사업을 펼쳐나가다 보면 시간과 돈이 쓸데없는 낭비되는 걸 막을 수 없게 된다.
8.너무 빨리 키우기 개발을 거의 마무리한 C후배는 지금 어떻게 하면 빨리 서비스를 확장할지 그리고 추가 투자를 받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는 모든 창업가의 공통된 희망이다. 빨리 고객을 확보하고 펀딩을 받는 다른 스타트업을 보면 부럽기가 한이 없다.
그러나 너무 빨리 큰 스타트업들 가운데는 갑자기 늘어난 고객 때문에 예전과 똑같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고객이 줄어들고 위기에 빠진 곳들이 상당히 많다. 이는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키우는데만 집중해 제대로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도약하려 하면 고꾸라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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