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30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저성장, 인구 고령화, 글로벌화 등 대내외 여건 변화 속에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저인플레이션이 일시적 공급 충격의 영향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도 기인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무역개방도가 높아질수록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한은은 주로 물가상승률 둔화의 원인을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설명해 왔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물가 상승이 억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측면에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향후 물가 전망에서도 저유가 지속과 더불어 경기 회복세 둔화로 GDP갭(실질GDP 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공급과 수요 모든 쪽에서 하방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0.9%로, 내년은 1.8%로 전망했다.
한은이 저물가에 대해 공급 측면을 강조하다 수요와 구조적 측면까지 확대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요인으로 공공요금도 지적하고 나섰다. 물가동향팀 최강욱 과장은 별도의 분석자료를 통해 “정부가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률을 억제하고 있는데, 물가상승률과 기대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제적 원칙에 따라 요금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저물가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물가안정목표제 도입국의 제도 현황 및 시사점’을 쓴 물가연구팀 박영환 과장은 “대부분 물가안정목표제 도입 국가에서 물가목표를 밑도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글로벌 저인플레이션 영향으로 하회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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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